[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 5일차] 알래스카 스캐그웨이 (화이트 패스 경관 열차)
밴쿠버를 떠나 알래스카를 둘러보고 태평양을 건너 일본 도쿄까지 가는 크루즈 여행의 5일 차 이야기이다. 오늘의 기항지는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웅장한 산맥이 조화로운 스캐그웨이를 함께 둘러보자.
알래스카 스캐그웨이 (Skagway, AK)
스캐그웨이는 알래스카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로, 면적은 약 1,179 ㎢이다. 인구는 약 1,200여 명 정도인데, 겨울 시즌에는 인구가 감소하고, 여름 관광 시즌에는 인구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관광 도시이다.
스캐그웨이는 1890년대 후반 골드 러시 때 중요한 관문 역할을 했고, 이를 기념하는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 국립 역사 공원이 있다.
골드 러시 시절 건설된 철도를 따라 운행하는 화이트 패스 관광열차를 탈 수 있어,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의 인기 기항지 중 하나이다.
크루즈 테더링 (Cruise Tethering)
크루즈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면, 일반적으로 항구에 마련된 게이트 브리지를 선박에 연결해 승객들이 승하선 한다.
하지만, 일부 항구는 선박이 정박을 할 수는 있어도 승하선을 위한 시설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크루즈 선박에서 작은 보트로 갈아타 육지로 이동하는데, 이를 크루즈 테더링 (Cruise Tethering)이라고 한다.
스캐그웨이에는 여러 척의 크루즈 선박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 있던 크루즈 선박은 화물선 정박지로 이용하던 곳을 개조한 가장 끝자락에 있는 곳에 정박했는데, 그곳에는 승하선을 위한 시설이 없었다. 아마 항구 이용료가 가장 저렴한 곳이었을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크루즈 선박에 설치된 구명정을 띄우고 선박 하부의 독을 통해 이용하게 된다.
우리가 알래스카 스캐그웨이에 도착해서 하선하던 시간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꽤 많이 쳤다. 구명보트로 옮겨 타는 과정에서 주의를 해야 했고, 구명보트에 탑승하고 나서도 보트가 꽤 심하게 출렁거렸다.
구명보트를 타고 5분도 안 걸리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 바로 작은 선박들을 위한 항구에 닿을 수 있다.
스캐그웨이 다운타운
스캐그웨이는 알래스카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어촌 도시이다.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시대에 중요한 거점 역할을 했던 항구로, 당시 광부들과 탐험가들이 캐나다 유콘으로 향하기 위해 거쳐 갔던 곳이다.
오늘날에도 골드러시 시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과 거리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한 날씨여서 야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스캐그웨이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인 State St 또는 주요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는 Broadway의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가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상점과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배경으로 우뚝 솟은 웅장한 산맥은 도시의 풍경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상점들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눈에 띈다. 스캐그웨이의 빈티지 샵에서는 알래스카의 전통적인 공예품부터 고풍스러운 소품들까지, 다양한 아이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곳에서 독특한 기념품을 찾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화이트 패스 경관 열차 (White Pass Scenic Railway)
크루즈 여행 중에 크루즈 선사에서 제공하는 기항지 투어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기항지 투어는 현지의 대표적인 명소나 활동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잘 짜여 있어, 비용이 다소 부담될 수는 있지만 편리함과 안전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선택할 만한 옵션이다. 특히 크루즈 선사에서 제공하는 크레디트가 있다면, 그 혜택을 활용해 한 가지 정도의 투어를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총 18일의 일정 중에서 스캐그웨이의 화이트 패스 경관 열차 투어 (White Pass Scenic Railway Tour)를 미리 신청했다.
밴쿠버에서 처음 크루즈에 탑승하고 선실에 들어가 보니 침대 위에 우리가 미리 구입한 기항지 투어 티켓이 놓여 있었다. 이 티켓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투어 당일 아침 정해진 장소에 가면 기항지 투어에 맞는 번호 스티커를 붙여준다.
화이트 패스 경관 열차는 보통 스캐그웨이역에서 티켓구입, 탑승, 출발이 이루어지지만, 우리는 크루즈 선박에서 작은 보트를 이용해 스캐그웨이 항구에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서 화이트 패스 경관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 투어는 스캐그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 중 하나로, 높은 산맥과 구불구불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열차 여행을 통해 알래스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1898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시대에 건설된 철도를 따라 이동하며, 해발 2,865피트(약 873m)에 이르는 고도를 오르게 된다.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열차가 지나가는 곡선 터널과 다리, 그리고 아름다운 알래스카의 산악 경관이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창문을 통해서 또는 객차의 앞뒤에 설치된 오픈 플랫폼에 서서 울창한 숲, 빙하 계곡, 폭포, 깊은 협곡, 등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열차가 이동하면서 코너를 지나갈 때 열차와 주변 풍경이 함께 담기는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열차에 탑승한 시기가 5월 중순이었는데, 날씨가 꽤나 쌀쌀했다. 거기다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으로 가니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눈이 내리기도 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열차가 지나는 주변 풍경은 고도에 따라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는 풍경으로 점점 바뀌어져 갔다.
객차의 앞부분에 난로가 설치되어 있으니 밖에서 풍경을 감상하다 난로에서 몸을 녹이고 다시 나가길 반복했다.
참고로 열차가 정상까지 갈 때는 차량의 왼쪽으로 풍경이 더 멋있고, 되돌아올 때는 오른쪽이 풍경이 더 볼만하다.
열차의 객차 간 이동은 불가능하고, 비나 눈이 내릴 경우 객차의 뒤편에 마련된 오픈 플랫폼에서 구경하는 게 날리는 빗방울을 덜 맞을 수 있어 좋다.
화이트패스 경관 열차 투어를 마치고 나니 날씨가 조금은 풀려 있었지만, 여전히 쌀쌀했다.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먹을 게 넘쳐나는 크루즈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라면이 간절하다.
크루즈 객실로 돌아와 발코니에서 절벽 뷰를 바라보며 미리 챙겨 온 사발면과 김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이 멋진 알래스카 풍경을 바라보며 크루즈 발코니에서 먹는 라면이라니... 🤣
스캐그웨이에서의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하고 크루즈를 즐기고 있자니, 서서히 멀어지는 스캐그웨이의 모습이 보인다. 노르웨지안 스피릿의 다음 기항지는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Icy Strait Poin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