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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어 두 번째 캠핑을 다녀왔다. 지난번 세인트 크루아 주립공원 (St. Croix State Park)에서의 캠핑 때는 간만의 우중 캠핑으로 오래간만에 캠핑의 묘미를 느낄까 싶었지만, 모기의 습격과 시끄러운 이웃들 때문에 캠핑에서의 힐링을 전혀 느끼지 못한 만족스럽지 못한 캠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클램 텐트까지 챙기고 모기가 많이 없다는 주립공원으로 다시 한번 다녀왔다. 원래 예약을 하고자 했던 곳은 미네소타 남동쪽에 있는 화이트워터 주립 공원 (Whitewater State Park)이었지만, 이곳은 미네소타 캠퍼들 사이에서도 자리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부터 가보고자 했던 주립공원인 마이어-빅 아일랜드 주립공원 (Myre-Big Island State Park)의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하고 다녀왔다.
마이어 빅 아일랜드 주립공원 (Myre-Big Island State Park)은 미네소타 주의 남쪽에 위치한 앨버트 레아 (Albert Lea)의 외곽에 있는 주립공원으로 미네소타 트윈 시티즈 UMN 출발 기준 I-35S를 따라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마이어 빅 아일랜드 주립공원은 빅 아일랜드 지역을 주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주 상원의원 Helmer Myre의 업적을 기려 1953년 "Myre-Big Island SP"로 명명됐다. 주립공원으로 지정된 초기에는 빅 아일랜드(Big Island)와 리틀 아일랜드 (Little Island)지역만이 포함되었는데, 1960년대 알버트 레아 근처로 90번 고속도로와 35번 고속도로가 교차할 것이라는 발표에 따라 주립공원 면적을 대폭 확대하여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재지정됐고, 현재 면적은 앨버트 레아 레이크 (Albert Lea Lake)의 주변을 포함해 약 1,578 acres (약 6.39㎢)이다. 이 호수에 있는 빅 아일랜드와 리틀 아일랜드는 모두 둑길로 연결되어 있어 차량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섬에는 다양한 종류의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으며, 나무 사이사이에 습지가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봄과 가을 동안 이동하는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특히 미국 화이트 팰리컨(American white pelican)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주립공원에는 백팩 캠핑이나 그룹 캠핑을 제외한 메인 캠프그라운드가 두 곳이 있는데, 화이트 폭스 캠프그라운드 (White Fox Campground)와 빅아일랜드 캠프그라운드 (Big Island Campground)이다.
화이트 폭스 캠프그라운드는 빅아일랜드 캠프그라운드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캠프그라운드이며, 63개의 사이트들이 조성되어 있고, 사이트들은 대체로 넓고 개방적이며 RV나 Camper에 적당하다.
빅아일랜드 캠프그라운드는 이름 그대로 빅 아일랜드 내에 있는 캠프 그라운드로 35개의 사이트들이 울창한 숲 사이사이에 조성됐으며, 캠프그라운드 입구 쪽의 루프에는 있는 17개의 사이트들은 전기사용이 가능한 사이트들이다.
두 캠프그라운드의 화장실과 샤워실 (Bath/Shower Building)은 모두 최근에 새로 지어져서 깨끗하고 매일매일 청소하고 잘 관리되고 있었다. 건물의 한쪽 편에는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도 설치되어 있다.
빅아일랜드 캠프그라운드의 사이트 면적은 그렇게 큰 편은 아니며 사이트 한편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텐트 패드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 예약할 때 크기 확인이 필요하다. 텐트 패드 사이즈는 사이트마다 다른데 대략 12 × 12에서 16 × 16 사이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빅 아그네스 플라잉 다이아몬드 6 텐트 (Big Agnes Flying Diamond 6 Tent)는 16 × 16 텐트 패드에 텐트 본체는 알맞게 설치가 가능했지만, 플라이 입구가 조금 튀어나오게 설치가 가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캠핑에는 가능하면 모기가 없거나 적은 곳이었으면 했다. 이곳 빅아일랜드 캠프그라운드에서 지내는 동안 모기 소리는 한두 번 들은 것 같고, 한 번도 물리지 않았다. 하지만, 호수로 둘러싸인 섬 지역이고 나무가 울창하고 곳곳에 습지가 있는 지형인지라 모기를 제외한 온갖 하루살이, 깔따구, 거미, 같은 곤충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저녁이나 밤만 되면 불빛이 가장 밝은 화장실 건물 주변에 특히 많이 몰려들었다. 우리는 이번 캠핑에 클램 텐트 (CLAM Quick-Set Pavilion)를 설치하고 지내서 날벌레들의 귀찮음으로부터는 조금 자유롭게 지냈다. 다음날 아침에 텐트 플라이와 이너텐트 사이에도 다양한 곤충 친구들이 놀러 왔다.
캠핑 첫날밤에 클램 텐트에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뚜껑들도 모두 잘 닫아두고 빅 아그네스 텐트로 와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텐트 주변으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더니 클램 텐트 안에 물건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에는 봉지를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과자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텐트도 툭툭 치고 큰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가보니 라쿤 (raccoon)이 텐트 뒤쪽에서 과자를 손으로 집어가며 열심히 먹고 있었다. 사람이 나와도 슬쩍슬쩍 쳐다보기만 하면서 계속 먹기만 했다.
클램 텐트 안으로 들어가 보니 피크닉 테이블 위에 정리해두었던 식기류들을 모두 밟고 다녔는지 흙투성이에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고, 나름 뚜껑이 있는 캠핑 박스에 잘 넣어뒀던 과자, 육포, 견과류, 직접 만든 빵까지 모두 없어져 있었다. 과자는 텐트 뒤에 있어 라쿤이 먹고 있는 걸 봤고, 육포와 견과류의 빈 봉지도 다음날 아침 텐트 가까운 수풀에서 찾았다.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 건물 앞 게시판 아래쪽에 모든 짐들은 차량 안에 보관하라는 안내문이 있었던걸 뒤늦게 발견했다.
"We're hungry and we like your food too!"
캠핑을 하면서 야생동물들은 많이 봤지만, 라쿤한테 음식을 뺏긴 적은 처음이었다. 나름 캠핑이라 오가닉 육포, 오가닉 과자, 등등을 준비했었는데, 라쿤한테 모두 뺏기고 다음날 월마트에 가서 싼 걸로 사다 먹었다. 라쿤아 건강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