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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을 하다보면 느끼게 되는 불편함 중에 하나가 음식이다. 한국에서 비오는 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기던 막걸리가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큰한인마트가 있는 지역이 아니어서 막걸리를 구할 수가 없다. 미국에서 막걸리를 먹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7년 10월 홀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로 넘어온 이후로 정신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 문득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어떻게 막걸리를 구할 수 있을까? 가까운 곳에 막걸리를 파는지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그 당시 결론은 막걸리를 구하기 위해선 시카고 한인마트에 가야 하는 것이었다. 차도 없고 막걸리를 사기 위해 왕복 16시간 거리를 운전하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미네소타 트윈시티즈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면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보자.
막걸리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검색하고, 하나 둘 구입했다. 아마존에서 구입이 가능한 재료들을 목록 옆에 링크를 달아두었으니 참고하자.
■ 숙성할 때 사용할 유리병 (Amazon에서 구입)
■쌀 (아시안마트, 한인마트에서 구입)
■ 누룩 (Amazon에서 구입; 한인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 면포 (Amazon에서 구입)
■ 완성된 막걸리를 담아둘 병 (Amazon에서 구입)
레시피를 전달하는 게 아니므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 먼저 쌀을 깨끗하게 씻고, 불린다 (쌀 1 kg 기준).
- 숙성용기를 소독해준다 (열탕 소독).
- 불려진 쌀의 물기를 잘 빼고, 고두밥을 짓는다.
- 고두밥을 넓게 펴서 잘 식혀준다.
- 누룩은 덩어리로 나오니, 필요한 양을 덜어내고 잘게 부수어준다 (가루 형태도 있다).
- 식혀둔 고두밥과 누룩을 잘 섞어준다 (누룩 200g).
- 숙성용기에 잘 눌러 담고, 물을 채워준다 (생수 사용, 1800 ml).
- 막걸리가 발효되면서 넘칠 수 있기 때문에 용기의 약 70% 정도만 채운다.
- 완전 밀폐되지 않도록 뚜껑을 닫고 막걸리 발효를 시작한다.
- 온도가 중요한데 약 25도 내외를 유지해 준다 (겨울에는 이불과 박스를 덮어 온도를 유지해 줬다).
- 발효를 시작하고 다음날부터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약 5~7일간 발효해준다.
- 발효 중간중간 소독된 주걱을 이용해 저어준다.
-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집안에 막걸리 비슷한 냄새가 가득하고, 숙성용기를 만져보면 따스하다. 발효가 잘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 발효 5~7일 차에 보면 약간 맑은 상층액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제 스테인리스 채와 면포를 이용해서 덩어리를 잘 걸러주면 깨끗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막걸리를 만드는 자세한 방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기대했던 첫 수제 막걸리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막걸리를 맛보기까지 약 10일이 걸렸다. 하... 이걸 언제 다 만들고 기다리나...(*막걸리가 발효되는 동안 막걸리와 함께할 안주를 골라본다. 파전, 김치전, 녹두전, 두부김치, 족발, 보쌈, 꼬막무침, 등등등... 먹고 싶은 게 참 많지만, 혼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현실적인 안주는 파전 또는 두부김치...)
키트로 막걸리 만들기
Amazon에서 막걸리키트를 구매할 수 있는데, 고두밥 등등의 중간 과정 없이 물에 두 가지 키트 구성품만 넣은 후 잘 섞어주고 약 24시간 발효 후, 냉장에서 숙성 24~48시간 정도면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게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대략 6병 정도 만들 수 있는 분량이 약 $30 정도였다.
발효가 끝나면 병입 후, 냉장 보관을 하고 마시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병입/냉장 보관 후, 3~4일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더욱 맛있어지는 것 같다.
※막걸리키트를 여러 번 사용하면서 두 번 정도 막걸리가 힘차게 흔든 샴페인 마냥 폭발한 적이 있다. 아마도 과발효가 된 상태에서 병입하고 그 이후에도 가스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면서 병 안에 가스가 가득 차 있었나 보다.
첫 번째는 막걸리 마실 생각에 신나서 위아래도 잘 섞어서 뚜껑을 따는 순간 막걸리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때 병입 했던 막걸리들은 거의 반 병 정도는 싱크대에 버리고 나서 나머지 것들만 마셨다.
두 번째는 막걸리를 만들고 1갤런짜리 병에 막걸리를 담고 아이스박스에 얼음 잘 채워 넣고 캠핑에 가져갔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병이 두쪽이 나있고, 막걸리는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었다... 아래 사진처럼 1갤런짜리 병이 꽤 두꺼운 병인데... 뚜껑을 너무 잘(?) 닫았는지... 여하튼 조심하자... 꼭 뒤에 절차를 준수하여 막걸리를 만들자.
그 이후, 자동차가 생기면서 가끔 시카고에 갈 때마다 막걸리를 종류별로 넉넉하게 사다가 마시기 시작했다. 막걸리가 있는 날이면 한국에서 막걸리와 함께 먹었던 안주들을 비슷하게 만들어 분위기를 내곤 했다.
그냥 사 먹기!
하지만,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에서도 막걸리를 편하게 사서 마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키트조차도 이젠 편하지 않다고 느끼는 귀차니즘...
Marshall Liquor
2027 Marshall Ave, St Paul, MN 55104
소주는 꽤 많은 주류판매점 (Liquors store)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막걸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기 Marshall Liquors는 소주와 막걸리를 구입할 수 있다. 막걸리는 "진로 막걸리"만 구입할 수 있지만, 이게 어딘가? 막걸리가 먹고 싶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시간 정성 들여 막걸리를 만들고 약 10일 후에 마시거나 막걸리를 사러 차를 타고 왕복 16시간 운전할 필요 없이 퇴근길에 들러 막걸리 두어 병 사다가 맛있는 안주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니다. 750ml 한 병이 약 $4.4 (Tax포함) 한화로 약 5,400원이다 (2020년 5월 환율 기준).
[업데이트] 2021년 09월 3일 방문 시 막걸리 구입할 수 있었다. 직원이 하는 말이 소주와 막걸리를 카트에 담아 가는 손님이 있다고 한다. 또 품절되진 않겠지?...
[업데이트] 2021년 01월 10일 방문 시 막걸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몇 달 전에 오더를 했지만, 아직까지 입고를 기다리고 있단다. 작년 말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화물 선편을 구하기 힘들어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여파인가 보다. 2020년 11월 말에 시카고 갔을 때 막걸리를 한 박스만 사 온 걸 후회하는 중이다. 세 박스 사 올걸... 막걸리를 다시 만들어야 하나...
Dong Hae Korean Grill & Sushi
251 N 1st Ave, Minneapolis, MN 55401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동해 한식/일식 레스토랑"에서도 막걸리를 판다. 파전, 김치전, 튀김, 등 막걸리와 어울릴만한 메뉴들이 있어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단, 가격이 좀 비싸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한 병에 $10이었던 듯하다 (Tax&Tip 미포함).
Kings Restaurant
1051 E Moore Lake Dr, Minneapolis, MN 55432
서울식품 (Seoul Foods) 옆에 위치한 "킹스 레스토랑"에서도 막걸리를 판다. 이곳은 신의주식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판다고 한다. 순대&막걸리도 괜찮은 조합이다.
어찌 됐든 이젠 여기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에서도 막걸리를 사 먹을 수 있다. 뭔가 고민거리가 하나 해결된 느낌이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게 여기서 "진로 막걸리"를 마시다 보면 가끔 제주에서 마시던 막걸리가 생각난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생활할 때는 주말마다 오름을 오르거나 인라인을 타러 로드를 나가곤 했는데, 그것이 끝난 후 맛집 탐방을 필수였다. "제주 생막걸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