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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 쿠퍼스 수제 맥주 키트를 이용해서 가끔씩 맥주를 만들어 마시곤 했다. 그때는 키트에 포함된 발효조 크기가 23리터였기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맥주를 만들고 냉장고에 쌓아두고 마셨다. 맥주 종류에 따라 보관기간이 다 다르지만, 아로마홉이 사용된 맥주의 경우는 한 달 이상 보관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기 때문에 그 핑계에 매일 맥주를 마시게 된다. 수제 맥주와 함께 맛있는 안주를 먹다 보니 살이 점점 쪄갔다.
쿠퍼스 양조장 (Coopers Brewery)는 호주 애들레이드 기반의 호주에서 가장 큰 양조장이고, "Coopers DIY Beer"는 쿠퍼스 양조장의 자회사로 1970년대 초반부터 수제맥주 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온 이후에 여기서도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을지 않을까 싶어 검색해 봤더니, "Mr Beer"라는 수제 맥주 키트를 판매하는 곳을 찾았고, 수제 맥주 키트를 주문했다. "Mr Beer"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다 보니, 이 회사는 2000년 중반부터 수제 맥주 키트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며, 2011년 12월 위에 소개했던 쿠퍼스 양조장에 인수됐다. "Mr Beer"에서는 주로 2 갤런 (Gallon) 키트를 판매하며, 쿠퍼스의 5 갤런 키트도 구입할 수 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Complete Beer Making Kit"와 를 주문했다. 이 키트에는 2-Gallon 발효통, 맥아와 홉 농축물이 포함된 캔, 이스트 (캔 뚜껑 안에 있음), 맥주 종류에 따라 포함되는 부스터, 용기와 도구 세척을 위한 클렌저, 25oz reusable 맥주병과 뚜껑 11개, 탄산화를 위한 카보네이션 드롭, 들이 포함된다. 위의 내용물 중에서 병입과 관련된 내용물이 포함되지 않은 "Starter Beer Making Kit"도 따로 판매하고 있다. 처음 Beer Making kit를 주문한 후, 다음부터는 Refill set를 주문하면 된다.
처음 수제맥주로 가장 기본적인 맥주, "American Style Lager"를 주문했다. 얼마 안 걸려서 키트가 배송됐고, 키트 구성품 중 누락된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아래 사진의 왼쪽에 있는 큰 통이 발효조인데, 이 발효조에 "수도꼭지 (spigot)"를 설치해야 한다. Spigot의 포장에 안내문이 있는데, 이 spigot에 포함된 고무 O-ring이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반드시 안내문을 잘 읽어보고, spigot을 발효조에 설치한 후 물을 채워 넣고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본인도 확인 후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하고 Mr Beer에 연락을 하니 새로운 Spigot을 보내주었다.
키트를 이용한 수제맥주 만드는 절차를 아래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준비물: 키트, 적당한 크기의 냄비, 소독할 때 사용할 적당한 크기의 용기, 긴 주걱, 캔 따개, 차가운 물 (생수, 1 Gallon)
《소독하기 SANITIZING》
수제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독은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효과정에 사용되는 도구, 용기, 등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으면, 박테리아, 등에 오염될 수 있고, 이는 맥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자면 맥주가 아닌 식초를 만들 수도 있다.
- 발효조 뒤에 포함된 "1" 표시선까지 따뜻한 물을 채우고, 키트에 포함된 "non-rinse cleanser"를 반만 넣고 잘 저어준다. (나머지 반은 병입할때 사용해야 하므로 잘 보관해둔다.)
- 발효조의 뚜껑을 닫고, 양 옆을 잡아서 돌려주며 발효조 전체에 소독액이 닿을 수 있도록 2~3바퀴 돌려준다. 발효조를 2~3분정도 바닥에 뒀다가 다시 한번 돌려서 휘저어준다. 다시 2~3분 가량 바닥에 뒀다가, 꼭지 (Spigot)을 소독하기 위해 꼭지를 완전히 "On"으로 열어서 소독액을 약 5초간 흘려준다.
- 이때 흘러나온 소독액은 다른 큰 용기에 받아주고, 발효조 내부에 있는 소독액도 같은 용기에 받아둔다. 양조에 사용할 주걱, 캔 따개, 등을 큰 용기에 받아둔 소독액에 담가 둔다 (약 2~3분간).
- 발효조 통과 뚜껑은 살짝 털어서 평평한 곳에 두고, 뚜껑을 닫고 바로 양조를 시작한다 (물로 헹구거나 물기를 닦아내거나 건조시키지 않는다).
《양조하기 BREWING》
다음 과정은 키트에 포함된 맥아 양조 추출물 농축액과 부스터 팩, 이스트를 혼합해 주는 과정이다.
- 먼저, 맥아 양조 추출물 농축액 캔의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해서 안에 있는 이스트를 따로 보관한다.
- 캔의 겉면을 싸고 있는 종이를 제거하고, 개봉하지 않은 캔을 따뜻한 물에 담아서 데운다. (수도물 사용 가능)
-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물 4컵을 넣고 약한 불에서 데워준다. 부스터 팩이 포함된 경우는 약한불에 데우는 동안 천천히 저으면서 부스터 팩을 추가하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저어준다. 물이 끓고 나면 불에서 내린다.
- 따뜻한 물에 미리 데워둔 농축액 캔을 캔 따개로 열고, 부스터 팩을 녹여 끓인 물에 넣어준다. 캔 내부의 농축액까지 잘 긁어 넣은 후, 잘 저어준다.
- 차가운 생수를 발효조에 먼저 넣은 후, 냄비에 있는 부스터 팩 + 농축액 믹스를 발효조로 조심히 부어준다. (차가운 생수를 사용해야, 뜨거운 농축액 믹스가 바로 식혀진다.)
- 발효조 뒷면의 "2" 표시까지 생수를 더 채우고, 주걱으로 조심히 섞는다. (발효조 표면을 긁지 않도록 조심한다.)
- 발효조를 먼저 적당한 곳으로 옮긴 후, 이스트를 넓게 뿌려준다. (이스트를 뿌린 후에는 섞거나, 흔들면 안 되고, 발효가 10~14일 동안 이루어지므로, 적당한 장소에 둔다.)
- 뚜껑을 잘 닫고, 10~14일 동안 발효시킨다.
맥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발효에 적당한 온도는 68-78 ºF (20-26 ºC)이며,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병입하기 BOTTLING》
다음 단계는 맥주 발효가 끝난 후, 병으로 옮기는 병입 과정이다.
발효가 끝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효를 시작하고 10일 후 Spigot을 조심히 열어서 맥주를 조금만 맛보고, 일반적인 맥주 맛이 나면 병입할 수 있다.
만약 맥주맛이 너무 달면, 4일을 추가로 발효시킨다. 24일 이상 발효조에 보관하지 않는다. 병입 하기 위해서도 소독과정이 필수이다.
- "소독하기"에서 사용하고 남았던 "non-rinse cleanser" 반을 따뜻한 물이 포함된 큰 용기에 넣고, 잘 저어준다.
- 소독액을 병에 나누어서 담고, 뚜껑을 닫고, 병을 세게 흔든다. 10분 동안 바닥에 둔 후, 다시 세게 흔든다.
- 소독액을 큰 용기에 다시 부어서 모아주고, 여기에 병입에 사용할 다른 도구들을 소독한다. 마찬가지로 물로 다시 세척하거나, 소독액을 닦아내지 않는다.
- 세척된 병에 "탄산 드롭 (Carbonation drop)"을 740 ml 병당 2개씩 넣어준다.
- 발효조를 높은 곳에 올려두고, 탄산 드롭이 포함된 병에 맥주를 담아준다. 병을 너무 꽉 채우지 않도록 조심한다.
- 소독된 뚜껑을 닫고, 뒤집어서 밀봉이 잘 됐는지 확인하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세워서 보관한다 (70-76 ºF / 21-24 ºC).
- 위의 적정 온도에서 최소 14일간 보관한다.
《시음하기 TASTING》
병입 후, 탄산화를 위해 14일간 보관하고 나서 맥주 맛을 확인할 차례이다. 실온 보관 중인 맥주 중 1병을 48시간 동안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든 다음 시음을 해본다. 맥주 맛이 괜찮고 거품이 잘 난다면, 나머지 병들도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고, 맥주 맛이 좋지 않을 경우는 나머지 병들을 실온에서 1주일 정도 더 보관한 후, 다시 시음을 해본다. 원하는 맥주 맛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컨디셔닝 Conditioning). 이 과정 동안 맥주에 남아있는 이스트가 맥주의 향과 맛을 조절해줄 수 있다.
양조를 시작하고, 발효를 시키고, 병입한 후, 1차 탄산화까지 최소 24일이 소요된다. 제대로 된 맛을 위해서는 최소 30일 정도 필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맥주는 정말 맛있었고, 냉장고에 보관한 후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맛있어지는 것 같다. Mr Beer 웹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 레시피의 키트 뿐만이 아니라 몰트, 각종 홉, 이스트, 등을 구입할 수 있어 진정한 나만의 수제 맥주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