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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에 6년 동안 살면서 아직까지 오로라 (Aurora; 노던 라이트, Northern Light)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 밴쿠버 출발 - 알래스카 - 일본 도착 크루즈 여행 기간에 며칠 동안 오로라 신호가 강하게 나타났었고, 크루즈에서도 오로라를 봤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오로라를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는데, 2024년 10월 10일 다시 오로라 신호가 강할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는 미네소타에서 오로라 헌팅을 다녀왔다.
말이 오로라 헌팅이지, 이날은 오로라가 너무 강해서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도 오로라를 봤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미네소타에서 오로라 보기 좋은 장소
미네소타에서 오로라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미네소타의 북쪽에 위치한 지역들이 대부분이다.
오로라 헌팅에 대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리노 레이크 (Lino Lakes)
오로라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예보에 맞춰 오로라를 보기 좋을만한 위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집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 주위에 불빛이 별로 없는 곳을 찾다 보니 주로 캠핑으로 찾았던 공원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주립 공원이나 카운티 공원의 경우는 대부분 오후 10시에 문을 닫아서 시간 제약이 있어 제외했다.
그러다 생각난 곳이 아노카 카운티 (Anoka County)의 리노 레이크 (Lino Lakes)에 있는 펠티어 레이크 엔 라이스 크릭 보트 진입로 (Peltier Lake and Rice Creek Boat Launches)였다. 카운티 공원 입구 건너편에 있는 곳으로 차로도 2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고, 따로 시간이 정해진 출입 제한 구역이 아니었다.
인생 첫 오로라를 보다
막상 도착해 보니 도로가에서 멀이 떨어지지 않아서 지나가는 차량들의 라이트 불빛이 꽤 강했고, 호숫가 주변에 집들이 가득해서 빛이 전혀 없는 그런 환경은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도 볼 수 있을까 걱정하며 미리 깔아 두었던 오로라 알림 앱을 보면서 기다렸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머리 위에 희미한 녹색의 띠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10초 정도 감았다 다시 뜨니 띠 모양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와 이게 오로라구나 싶어 신기해 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데, 진짜는 이제부터였다.
갑자기 오로라가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녹색만이 아닌 빨강색으로 보이는 오로라도 반대편에 나타났다.
점점 강해지던 오로라는 결국 머리위를 모두 뒤덮기 시작하며 환상적으로 하늘거렸다. 말로만 듣고 영상에서만 봤던 춤추는 오로라를 직접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오후 8시 10분쯤부터 약하게 보이던 오로라는 약 1시간이 넘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9시 30분쯤 다시 약해지기 시작했다.
오로라 예보에서는 오로라를 보기 가장 좋은 시간대가 10시부터 1시까지라는 알림을 보고, 10시 반까지 기다렸지만 오로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이날은 날씨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늘에 구름이 껴있어 하늘을 부분 부분 가리고 있었고, 남쪽으로는 달도 꽤 밝게 떠 있었다. 하지만, 태양풍이 강하게 날아와 부딪히다 보니 이렇게 멀리에서도 강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향후 몇 달간은 태양풍이 강한 시기가 지속된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장소에서 오로라 헌팅을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