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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수어드에서 이전 알래스카 다른 기항지에서 보다 더 긴 정박을 마치고 8시 30분에 출항했다. 이제부터 앞으로 7일간은 기항지 정박 없이 일본까지 북태평양을 횡단하는 코스이다. 이 긴 항해 시간 동안 승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크루즈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한다.
7일간의 북태평양 횡단
7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기항으로 운항하는 일정이었기에 수어드 항에서 각종 맥주와 와인, 식자재들을 잔뜩 보충했다. 일부 크루즈 승무원들도 교체하는 것으로 보였다.
수어드에서 출항 후 육지에서 멀어져 깊은 바다로 나가니 파도의 움직임이 크루즈 첫째 날 만큼이나 심해졌고, 날씨도 꽤 강한 바람과 함께 흐리고 비가 내리다 그치는 궂은 날씨였다.
선장이 선내 방송을 통해 앞으로 2~3일간 이런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니 선내에서 이동 시에는 항상 주의하고 계단을 이용할 때는 핸드레일을 꼭 잡고 다니라고 한다.
공연 관람하기
크루즈 탑승 전에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면 '크루즈에서의 쇼는 화려하고 볼만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번 크루즈 일정 중 가장 첫 쇼는 필리핀 팝페라 가수인 로렌슨의 공연이었다. 기대한 것에 비해 조촐해 보여 작은 크루즈라 이 정도 수준에 만족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후의 쇼들은 이 작은 크루즈에서의 공연도 볼만하는구나 하게 느낄만한 쇼들이었다.
다음은 북태평양 횡단 기간 동안 크루즈에서 즐겼던 공연들이다.
TENORI – MOMENT by MOMENT, BEYOND THE SEA
테노리 (Tenori)는 호주 출신의 테너 3인 그룹으로 호주 전역을 순회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한 음악 그룹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의 내용에 맞는 표정과 몸짓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공연 내내 지루해지지 않았다.
FOLLOW ME – KATE & VASYA
케이트 & 바샤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곡예사들로, 무대뿐만 아니라 관람석 위에서 고난도 묘기를 선보였다. 공연 중간중간 본인들의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어 뭔가 공연이 끊기는 느낌이었지만, 소품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라 그러려니 했다.
ILLUSIONIST: IMANOL D'ALBENIZ
이마놀 D'알베니즈는 스페인 출신의 마술사 (Illusionist)로 다양한 마술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젊은 마술사였다. 신기한 마술들과 함께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였다.
공연 중간 공연에 참여할 관객을 선택하는데, 복도 쪽에 앉아 있던 와이프에게 함께할 수 있냐고 물어서 순간 당황했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노! 를 외쳤다.
MENTALIST: BANACHEK
바나첵은 영국 태생의 멘탈리스트로, 이전에 쇠사슬에 묶이고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6피트 아래에 묻힌 상태에서 탈출하는 공연을 한 적이 있어 유명해졌다. 바나첵은 멘탈리즘과 마술 문화의 일부가 될만한 분야를 직접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며, 라스베이거스와 티브이 쇼에 출현한 경험이 있다.
바나첵과의 에피소드
바나첵과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바나첵이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며칠 후, 이마놀 알베니즈의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복도 쪽에 앉아 바로 옆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바나첵이 와서 앉는 것이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지난번 공연 너무 환상적이었고 잘 봤다며 인사를 했고, 바나첵도 고맙다며 악수를 청했다. 오늘 공연인 알베니즈가 일루이셔니스트인데 멘털리스트와 비슷한 장르인지 바나첵에게 물어봤는데, 바나첵은 알베니즈는 본인과는 조금 다른 손기술을 많이 쓰는 장르라고 설명해 줬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진행될수록 이전 바나첵 공연에서 나왔던 똑같은 스토리들이 나와 괜히 민망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참고로 멘탈리스트는 주로 심리적, 정신적 트릭을 다루며 사람들의 생각을 읽거나 예측하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일루저니스트는 시각적 트릭과 물리적 속임수를 통해 관객의 시각을 혼란시키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다.
Blazing Boots
북태평양 횡단 기간 동안 다양한 공연들이 있었지만, 크루즈 기간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연은 단연 "Broadway Cabaret"와 “Blazing Boots”였다.
북태평양 횡단을 위해 수어드에서 출발하던 날 저녁에 있었던 쇼는 "Blazing Boots"였다. 이틀 전 스피릿 12층 Spinnaker lounge에서 열렸던 "Broadway Cabaret" 공연의 보컬 4명과 댄서들이 선보인 쇼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화려하고 멋있었던 쇼였다. 4명의 메인보컬들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강렬한 사자 머리 스타일의 Talya Groves가 주인공이었던 우~ 아~ 라이트 쇼가 인상적이었다. 하루에 7시와 9시 타임 두 차례 공연이 있었는데, 두 공연 모두 관람했다.
Blazing Boots 공연의 노래 리스트이다.
- Cowboy Casanova
- Save a Horse (Ride a Cowboy)
- Red Wagon
- This Kiss
- Cruise
- Fancy
- Life is a Highway
- Girl Crush
- Man! I Feel Like A Woman!
- Redneck Woman
- Country Girl (Shake It For Me)
먹고 마시기
기항지 기항 없이 긴 항해 기간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고 마시는 것이다. 크루즈에 포함된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스페셜티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길 수 도 있다. 아래는 노르웨지안 스피릿에서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옵션과 바&펍이다.
날짜변경선 (International Date Line) 통과
태평양을 횡단하면 태평양의 중간 경도 180도를 기준으로 설정된 "날짜 변경선 (International Date Line, IDL)"을 지나게 된다. 날짜변경선은 지구상의 시간과 날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 설정된 선이다. 이 선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가면 날짜가 하루 앞서고, 동쪽으로 가면 날짜가 하루 뒤로 간다. 따라서 날짜변경선을 넘으면 시간대에 따라 하루가 차이가 나게 된다.
우리 크루즈 선박이 이 날짜 변경선을 통과할 때는 날짜 변경선 통과 카니발을 열어 각종 게임을 즐기고 상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한, 날짜 변경선 통과를 확인하는 확인장을 받아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가 이번 크루즈 일정을 통해 태평양의 날짜 변경선을 통과하면서 2024년 5월 19일은 내 인생에서 없는 날이 됐다.
7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기항으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일정은 작은 크루즈 선박 안에서는 분명 지루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매일 특별한 공연과 특별한 음식,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통해 나름 특별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생애 첫 크루즈 여행에 긴 크루즈 일정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