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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암 치료를 위한 많은 노력의 결과로 수술,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면역 요법, 표적 요법 및 기타 접근법, 등 암 치료법 개발에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이러한 치료법의 발전은 암 환자의 5년 생존율 증가에도 영향을 주었고, 미국 암 협회(American Cancer Society)의 보고에 따르면 모든 암의 5년 생존율이 1970년대 약 50%에서 오늘날 약 70%로 증가했다. 또한, 2020년 JAMA Onc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미국에서 암 생존율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암 연구 자금이 크게 증가한 것과 일치했다.
그러나 암 치료를 위해서 여전히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일부 특정 암은 치료하기 어렵고, 모든 암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만한 치료 방식도 없다. 또한 일부 항암 치료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항암제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에도 맞춤형 의학, 유전자 치료 및 기타 혁신적인 전략들을 포함해 암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꿈의 암치료기" 탄소이온 중입자 치료기
최근 기사에서 한국 식약청에서 허가를 받고 세브란스 병원에 새롭게 도입된 "중입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중입자 치료기는 '꿈의 암치료기'라고도 불리는데, 항암 치료의 일부로 사용되는 일반 방사선 요법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부작용이 심한 반면, 중입자 치료기는 암 병소만을 정밀하게 겨냥해서 고에너지 빔을 조사하고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암세포의 괴사를 유도할 수 있다.
현재까지 중입자 치료기는 주로 일정하게 단단한 모양의 고형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혈액암이나 전이가 이루어진 암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발암, 국소암으로 전립선암, 골연부육종, 두경부암, 폐암, 췌장암, 간암, 자궁암 등이다.
참고로 암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사선은 병원에서 신체 내부구조를 이미징 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사선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죽게 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고, 일반 이미징에 사용되는 방사선은 전력이 훨씬 낮아 세포 손상이 거의 또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중입자 치료기?
입자 치료 (Particle Therapy)? 양성자 치료 (Proton Therapy)? 탄소 또는 이온 치료 (Carbon or Ion Therapy)? 방사선 치료 (Radiation Therapy)? 이러한 유형의 암 치료법에 대한 용어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방사선 치료 (Radiation Therapy)는 가장 포괄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며, 하위 범주로 외부 빔 X선 치료 (External Beam X-Ray Therapy), 근접 치료 (Brachytherapy), 입자 치료 (Particle Therapy)를 포함한다.
입자 치료 (Particle Therapy)는 다시 양성자 치료 (Proton Therapy)와 이온 치료 (Ion Therapy) 또는 중이온 치료 (Heavy Ion Therapy)를 포함하는 하위 범주에 나눠진다. 이온치료와 중이온 치료는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입자 치료의 주요 특징은 "가속"되는 것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입자는 싱크로톤 (synchrotron) 또는 사이클로트론 (cyclotron)이라고 불리는 거대 구조물 속을 지나며 속도가 높아지며, 입자의 빠른 속도는 높은 에너지를 생성한다. 이 에너지는 입자가 신체의 원하는 깊이로 이동하도록 하고, 원하는 위치로 전달된 입자에 의해 표적 방사선량이 제공된다.
양성자 치료 (Proton Therapy)는 수소 원자에서 가져온 양성자를 가속하는데, 이들은 질량을 가진 가장 작은 입자이므로 일반적으로 가속하기가 더 쉽고 가속하여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여전히 매우 크지만) 장비가 필요하다.
이온 치료 (Ion Therapy)는 수소 원자에서 가져온 양성자에 비해 더 큰 이온 (중이온, Heavy Ion)을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탄소 (탄소 이온 요법(C-ion RT)), 헬륨과 같은 원소가 사용된다. 중이온은 종양에 복구가 어려울 정도의 DNA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수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탄소 이온 중입자 치료기의 이점
신체 내부의 종양을 표적 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조직층을 통과해 높은 방사선량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아래는 내부 15cm에 위치하고 있는 종양을 타겟팅하는 방사선 치료를 한다고 가정하고, 외부 빔 X선 치료 (External Beam X-Ray Therapy)와 양성자 치료 (Proton Therapy), 이온 치료 (Ion Therapy)의 생물학적 효과와 물리적 선량 이점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탄소 이온(C)은 "브래그 피크 (Bragg peak)"라고 불리는 효과로 인해 내부 15cm에 있는 종양에 100% 에너지를 전달하는 동안 주변의 정상조직에 거의 영향을 미치치 않는다. 반면 X-ray의 경우 내부 15cm에 있는 종양에 100% 에너지를 전달하는 동안 주변의 정상 조직에도 60~140%의 에너지를 전달하게 되어 정상 조직 역시 파괴될 수 있다.
양성자(proton)는 선량 분포가 탄소와 유사하지만 측면 산란이 높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종양 표적 면에서는 탄소이온에 비해 떨어진다.
탄소이온 중입자 치료기의 단점 및 적용 제한사항
입자 치료를 하는 동안 환자가 숨을 쉬기 때문에 숨을 쉬는 동안 움직일 수 있는 흉부 및 복부에 위치한 종양에 대한 표적화가 영향을 받게 된다. 정확한 종양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종양 위치 모니터링(예: 이식된 방사선 불투과성 기준 마커의 형광 투시 이미징 또는 삽입된 트랜스폰더의 전자기 탐지) 및 입자 조사(게이팅, 재스캐닝, 게이트 재스캐닝 및 종양 추적)의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한다.
현재 X-ray를 활용한 방사선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치료 센터는 수천 곳에 달하지만, 양성자 치료 센터가 있는 곳은 55곳, 탄소 입자 치료 (carbon ion radiation therapy, CIRT)가 가능한 곳은 5개국 13개 센터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한국에서는 2023년 연세 세브란스 의료원에서 도입했고, 2027년 서울대 병원에 새로운 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탄소 이온 요법은 1970년대 미국에서 발견되었지만 현재 북미에는 탄소 이온 요법 치료 센터가 없다.
일본 국립 방사선 과학 연구소 (NIRS), 독일 하이델베르크 이온빔 치료 센터 (HIT), 오스트리아 MedAustron, 중국 상하이 양성자 및 중이온 센터 (SPHIC), 이탈리아 CNAO (이탈리아 국립 종양학 하드론 요법 센터), 등
또한, 양성자 치료나 중이온 치료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비용이다. 입자 가속이라는 특수한 장치가 필요해 기기 자체의 설치와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든다. 사용하는 입자가 클수록 암세포에 더 많은 손상을 줄 수 있지만, 입자를 가속하는 데 필요한 장비는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비싸진다. 현재 미국에는 탄소 이온 요법 치료 센터가 없지만, 양성자 치료 센터는 여러 곳에서 운영 중인데, 비용이 $30,000~$120,000 수준이다. 탄소 이온 요법 치료의 경우는 비용이 더욱 상승할 것이며, 한국에 처음 도입된 탄소 이온 요법 치료센터의 경우 대략 4,000~5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탄소이온 중입자 치료기가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모든 암 종에 적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현재까지 누적된 임상 시험 결과들이 작다는 것이다. 현재 방사선 치료에서 많이 사용되는 양성자 치료와 함께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암 치료 기법이 한 가지 더 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암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많다. 암 정복의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