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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설날 차례상 차리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 반드시 올려야하는 음식, 올리지 않는 음식, 등의 차이도 많다. 성균관에서 제시한 간소한 차례상 표준안을 살펴보자.
한국 대다수 지역에서 그렇듯이 제주도에서도 설날과 추석은 집안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큰 집안 행사이다. 특히, 추석과 추석 보름 전 벌초를 아주 큰 집안 행사로 여겨서, 타지에 나가 사는 제주도 남성이라도 추석에는 참석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 벌초 (성묘)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오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벌초를 토요일과 일요일, 그다음 주 토요일까지 2주 동안 했었던 기억이 있다. 묘의 이장 등으로 점차 그 횟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새벽 일찍부터 점심 먹고 난 후까지 무더운 여름 주말을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주도에는 벌초를 위한 '벌초 방학'이 있었을 정도이다.)
추석 전날에는 추석 차례 (茶禮)에 쓸 각종 '전'들을 부치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한다. 추석 당일에는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차례를 지내며 하루를 보냈다. 조상을 모신다는 후손들의 정성은 알겠지만, 벌초며 음식 준비며 추석 차례를 지내고, 구정, 제사들 (우리 집안은 아직까지 자정에 제사를 지낸다)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는 너무 힘들고 큰일이다.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것을 '진설한다'라고 하는데, 어릴 때는 어른들이 진설하는 것을 잘보고 배우라며 차례상 옆에 앉혀두기도 하고, 차례 예법에 대한 책자를 가져와서 "홍동백서 (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 (棗栗梨枾): 대추, 밤, 배, 감" , "어동육서 (魚東肉西): 생선은 동쪽에서 육고기는 서쪽에", 등등 각종 진설 방법을 암기(?) 하기도 했다.
성균관 차례상 표준안
최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서는 차례가 조상을 모시는 후손들의 정성을 표하는 의식인데, 이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는 것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서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의 기본 음식으로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을 포함한 6가지이며, 여기에 육류, 생선, 떡 등을 추가할 수 있고, 진설을 위한 순서나 음식 종류는 "가족들 간의 합의"를 통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차례상 표준안"에서 반가운 점은 차례상에 전을 포함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 예학 사상가인 사계 김장생이 쓴 [사계전서]의 '의례문해'에서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기록된 것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앞서 설명했던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와 같은 차례상 진설 규칙은 예법에 관한 옛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라고 한다.
설날 구정이라든지 추석과 같은 가족 명절이 지난 후에 뉴스에서 "남녀차별"이라든지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는 내용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부디 설날, 추석 명절에 가족 간의 합의를 통해 간소화된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 차례상을 화려하게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리는게 뭐가 중요한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