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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빙하 (Glacier)이다. 우리 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 일정에는 허버드 글레이셔 (Hubbard Glacier)를 둘러보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크루즈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던 허버드 글레이셔를 함께 둘러보자.
알래스카 빙하들
알래스카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빙하 지역 중 하나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형성되어 온 대략 10만 개 이상의 빙하가 알래스카 전역에 펼쳐져 있다.
이 많은 빙하들 가운데 알래스카 여행 중 선택할 수 있는 유명한 빙하 여행지는 다음과 같다.
케나이 피오르드 국립공원 (Kenai Fjords National Park): 알래스카 수어드 남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피오르드의 장관과 함께 아름다운 빙하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랭글-세인트 엘리어스 국립공원 (Elias National Park and Preserve): 랭글-세인트 엘리어스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이고, 이 국립공원의 35%는 빙하 지역으로 덮여 있다. 또한, 화산지대가 함께 위치하고 있어 독특한 지역들이 혼합된 곳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허버드 글레이셔가 위치한 곳이다.
스펜서 빙하 (Spencer Glacier):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약 60마일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빙하이다. 알래스카 철도 투어 (Spencer Glacier Whistle Stop)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이 빙하는 비교적 덜 알려진 명소로, 빙하 하이킹과 카약킹,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다.
매타누스카 빙하 (Matanuska Glacier):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빙하이며, 도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가이드와 함께 하는 빙하 트레킹을 통해 빙하 얼음 동굴까지 진입할 수 있다.
멘덴홀 빙하 (Mendenhall Glacier):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 (Juneau) 근처에 위치한 이 빙하는 접근성이 좋다. 산책로와 전망대에서 빙하를 감상할 수 있으며, 카약이나 보트 투어도 가능하다. 멘덴홀 빙하는 빙하가 호수로 이어지고, 빙하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주노 도심에서 접근이 쉬워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이다. 이전 알래스카 여행 글에서 멘덴홀 빙하를 소개한 적이 있다.
허버드 빙하 (Hubbard Glacier)
허버드 글레이셔는 북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로건 산 (Mt. Logan; 19,850피트 - 6,050m)에서부터 랭겔-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의 끝자락 바다로 직접 이어지는 해양 빙하로, 북미에서 가장 큰 해양 빙하이다.
길이 76마일 (122㎞), 너비 7마일 (11㎞), 바다와 닿는 부분의 단면 높이는 총 600피트 (182.8m)로 수면 위로 350피트, 수면 아래로 250피트이다.
허버드라는 이름은 1890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회장이었던 가디너 허버드 (Gardiner Hubbard)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허버드 글레이셔는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 매우 외딴곳에 위치하고 바다로 직접 이어지는 해양 빙하이다 보니 육로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허버드 글레이셔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허버드 글레이셔가 일정에 포함된 크루즈를 이용하거나, 비행기 투어, 보트 투어, 등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 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 일정에는 운이 좋게도 허버드 글레이셔가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전날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를 출발해 밤새 달린 우리 노르웨지안 스피릿은 다음날 오전 일찍 허버드 글레이셔로 가는 야쿠타트 만 (Yakutat Bay)를 지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버드 글레이셔가 보이는 디센천트먼트 만 (Disenchantment Bay)에 진입하니 외부 데크에서 더 잘 보일까 싶어 가장 꼭대기 외부 데크로 나가봤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도 꽤 쌀쌀했다.
선수 외부 데크의 사이드 난간에 서서 구경하고 있는데, 직원 중 한 명이 나와서 선수 제일 앞쪽으로 갈 수 있는 문을 열어주면 앞에서 보라고 한다. 앞으로 달려 나가는 배의 선수 가장 꼭대기에 서있자니 맞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허버드 글레이셔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디센천트먼트 만 (Disenchantment Bay)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눈 덮인 높은 산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크루즈 선박인지라 빙하 아주 가까이는 진입하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선박의 모든 위치에서 빙하를 볼 수 있도록 제자리에서 천천히 회전만 한다.
허버드 글레이셔에 가까워질수록 수면에 떠다니는 유빙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떠다니는 유빙들이 수면 위로 보이는 모습은 유빙 전체 크기의 10%밖에 안된다고 하니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허버드 글레이셔를 둘러보는 일정이 끝나고 노르웨지안 크루즈는 서서히 왔던 항로를 따라 다시 만을 빠져나간다. 언제 한번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멀어져 가는 허버드 글레이셔와 주변의 멋진 경치들을 눈에 다시 담아본다.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은 발코니 객실
앞서 말했듯이 이날은 날씨가 꽤 쌀쌀하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다. 이런 날 밖에서 장시간 머물면서 구경을 하기 힘들듯 하다.
크루즈 12층 전망대의 좋은 자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빈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역시 발코니 객실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버드 글레이셔에 도착할 때쯤이 아침 식사 시간이었는데, 미리 아침을 챙겨 와서 발코니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구경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었다. 룸서비스를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발코니에 나가 구경하다 추우면 실내로 들어와서 몸을 녹이고 다시 나가 구경할 수도 있고, 침대에 누워서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12층 전망라운지 제일 앞자리에 편하게 앉아 와인 한잔을 마시며 라이브 음악을 배경으로 저 멀리 수평선을 물들이는 저녁노을을 즐긴다. 이것이 크루즈 여행이다. 이제 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 일정 중 알래스카에서의 마지막 기항지인 수어드 (Seward)로 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