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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고, 연초에 결제를 완료한 18일간의 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에 함께할 노르웨지안 스피릿에 승선하는 날이다. '8년 만의 한국방문', '생애 첫 크루즈', '결혼 10주년 기념', 등의 수식어를 사용하며 준비한 이번 여행의 추억을 남겨두려 한다. 노르웨지안 스피릿에 승선하던 크루즈 여행 1일 차이다.
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 여행 1일차
이번 18일간의 밴쿠버-알래스카-일본 크루즈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밴쿠버 - 케치칸 - 주노 - 스캐그웨이 -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 허버드 글레이셔 - 수어드 - 하코다테 - 센다이 - 도쿄
허버드 글레이셔를 제외한 각 기항지에서는 하선을 하고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에서 제공하는 기항지 투어, 또는 자유 여행을 할 수 있다.
중간에 기항지에 정박하지 않고 온종일 바다에서 크루징을 하는 "At sea (Sea Day)"가 포함되어 있다.
크루즈 터미널까지는 택시로 이동하자
이전 게시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호텔이 캐나다 플레이스 크루즈 터미널 근처에 있고, 들고 다녀야 할 짐이 너무 크거나 많지 않다면 걸어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크루즈 터미널로 가다 보면 엄청난 교통체증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가 노르웨지안 스피릿에 탑승하던 날에는 캐나다 플레이스 크루즈 터미널에 3척의 크루즈가 정박해 있었고, 모두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출항할 예정이었다. 크루즈 한 척당 2,000명씩만 탑승한다고 가정해도 적어도 6,000명 +α의 사람들이 큰 캐리어들을 끌고 크루즈 터미널에 비슷한 시간에 몰리게 된다. 크루즈 터미널 부근에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하게 되면 크루즈 터미널 외부에서 내리는 게 편할 수 있고, 짐이 많아 대형 택시를 이용한다면 지하 주차장 하차 구역에 가는 편이 편하다.
터미널에서 해야하는 일들
터미널에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바로 크루즈 선박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다. 승선을 위한 다양한 절차를 지나야 비로소 크루즈 선박에 탑승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크루즈 체크인을 하게 되는데, 호텔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체크인과 비슷하다.
수하물을 맡기고 안내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큰 홀에 마련된 체크인 데스크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대기줄이 꽤 길다.
우리는 대기줄에 서 있는 동안 바로 뒤에 있던 '크루즈 만랩' 한국인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 사이에 우리 체크인 순서가 다가와서 데스크로 갔다. 여권, 등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나면 우리 이름이 적혀 있는 노르웨지안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이 카드는 이번 크루즈 여행 동안 객실의 카드키, 식사와 주류 주문, 기항지에서 승하선 할 때,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중요한 카드이다.
체크인이 끝나면 크루즈 승선 전 짐 검사, 미국 입국 심사를 받게 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왠 미국 입국 심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발하는 우리 크루즈 일정에 미국 알래스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미국 입국 심사를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밴쿠버 출발 크루즈라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미국 여행허가전자시스템 (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ESTA)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 입국 시 받는 일반적인 입국심사와 비슷하지만, 모두 크루즈 탑승객이기 때문에 심사관도 한결 부드럽고 여유롭다.
노르웨지안 스피릿 승선!
미국 입국 심사까지 마치면 드디어 크루즈에 승선하게 된다.
생애 첫 크루즈이기에 긴장되는 마음으로 승강교 (Gangway)를 지나고 노르웨지안 스피릿에 첫 발을 디디면 승무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반겨준다.
아까 체크인 때 받았던 카드를 데스크의 탭보드에 터치하면 사진과 함께 이름이 뜨는데, 기항지에서 선박을 승하선 할 때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승선이 완료된 시점에 아직 출항까지 6시간이나 남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노르웨지안 스피릿을 둘러볼 차례이다.
아직 18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스피릿의 구조와 주요 시설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게 좋겠다 싶어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날 3척의 크루즈 선박이 정박해 있었고, 비슷한 시간에 출항했다.
아래는 그중에 한 척이었던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Holland America Line)의 MS 잔담 (MS Zaandam) 호이다.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의 MS 잔담호는 Rotterdam급 (61,396톤)의 크루즈 선박으로 2000년부터 운항되었고 승객 1,432명에 승무원 615명이 탑승한다. 노르웨지안 스피릿 (75,904톤, 승객 1,972명, 승무원 904명)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이다.
프린세스 크루즈 (Princess Cruise)에서 운영하는 그랜드 프린세스 (Grand Princess) 호도 같은 날 밴쿠버에서 출발했다. 그랜드 프린세스는 107,517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으로 1998년 처음 운항을 시작했고, 2019년 새롭게 단장 (Refurbished)됐다. 총 2,600명의 승객과 승무원 1,150명이 탑승한다.
노르웨지안 스피릿에서의 첫 일정
아직 객실 오픈이 안된 상태이기에 크루즈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내외부의 시설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날은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크루즈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스피릿의 가장 높은 Deck13에서 바라보는 크루즈, 캐나다 플레이스와 밴쿠버 다운타운의 모습이 조화롭게 멋있다.
객실이 오픈 전인 상황인데도 벌써 수영장과 자쿠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크루즈 비용에 첫째 날도 모두 포함된 것이기에 가능한 일찍 탑승하고 시설들을 최대한 즐기는 편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루즈에 승선하면 바로 밥부터 먹으러 간다.
시원한 맥주도 마시며 따뜻한 5월의 밴쿠버 햇살을 즐겨본다.
크루즈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객실을 오픈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바로 우리 객실로 가봤다. 우리 객실은 10층 (Deck10)에 있는 발코니 객실이었는데, 각 Deck사이의 층고가 많이 높지 않아 계단을 이용해도 무리가 없다.
발코니 객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드디어 출항! Sail Away Party!
출항 예정시간이 오후 5시였는데, 이때에 맞춰 출항 파티 (Sail Away Party)가 Deck13 메인풀의 스테이지에서 열렸다.
Cruise Director인 빅터 (Victor)와 Entertainment team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지에서 춤을 춘다.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알만한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노래들이 나오는데, 1978년 곡인 Village People의 'YMCA'와 1976년 곡인 abba의 'Dancing Queen' 같은 노래가 나올 때는 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고 율동하며 즐겼다.
이 파티에서 유독 열정적으로 춤을 춰 눈에 띄었던 빨간 팬츠의 여성분은 나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캐나다에 거주하시는 한국분이셨다. 이번 여행이 인생의 마지막 긴 여행이라 생각하고 공진단까지 챙겨드시고 준비하셨다니 대단하시다.
아래 사진의 왼쪽 중간에 손으로 머리를 묶고 있는 여자와 바로 앞 하얀 후디를 입은 남자는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는 부부였다.
이번이 3번째 크루즈라는 이 부부와 얘기를 하면서 우리 고향이 제주도라고 말했더니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제주도 시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바로 직전 크루즈의 기항지 중 한 곳이 제주도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크루즈 여행 관련 일을 시작했다는 이 부부는 크루즈 여행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에 아주 열심히 참석하고 다녔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노르웨지안 스피릿은 크루즈 터미널을 떠나가고 있었다. 크루즈 터미널에서 출항하는 크루즈 선박을 구경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았던 만큼 바다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특히, 바다가 너무 잔잔해서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밴쿠버 호텔에서부터 노르웨지안 스피릿에 승선하는 데까지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었고, 배가 움직이는데도 뱃멀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만일을 대비해 멀미약을 챙겨 오긴 했다. 이렇게 정신없었지만 즐거웠던 크루즈의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